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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빌론 할리우드 황금기, 욕망의 소용돌이, 예술의 광기

by 씨네토리 2025. 4. 2.

영화 바빌론 포스터

영화 ‘바빌론 (Babylon)’은 1920년대 후반,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시기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영화 산업의 극단적인 흥망성쇠를 화려하고 강렬한 비주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라라랜드’, ‘위플래시’ 등에서 보여줬던 음악과 리듬, 예술과 인간의 균형 감각을 이번에는 광기 어린 할리우드의 초창기 세계에 완전히 투영합니다.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등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이 광대한 혼란 속을 헤쳐나가며, 영화는 명성과 몰락, 꿈과 파괴를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며 전개됩니다.

‘바빌론’은 단지 옛 시절의 재현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시대가 지닌 광기와 쾌락, 그리고 무너져가는 이상을 통해 오늘날의 예술과 산업, 그리고 인간 욕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는 매 장면마다 과감한 스타일과 파격적인 연출을 선보이며, 관객을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이지만, 그 끝에서는 씁쓸한 잔상을 남깁니다. 이 작품은 찬란한 껍질 속에 감춰진 공허함과 무게를 함께 들여다보게 만드는 드라마입니다.

바빌론이 그려낸 할리우드 황금기의 빛과 그림자

1920년대 후반은 영화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던 시기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전환은 기존 스타 시스템을 뒤흔들고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게 됩니다. ‘바빌론’은 이 격변의 시기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당시 영화계의 혼란과 화려함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영화 초반부의 대규모 파티 장면은 이 시대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대변하며, 관객을 강렬한 세계로 끌어들입니다.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무성영화 스타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지만 유성영화의 도래와 함께 점차 존재감을 잃어갑니다.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는 신인 배우로 무모한 열정과 카리스마로 주목받지만, 점차 이 산업이 요구하는 희생과 대면하게 됩니다.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는 할리우드에 대한 순수한 동경으로 이 세계에 뛰어들지만, 그 안에서 점차 자신의 본모습을 잃어갑니다.

이들의 서사는 단지 개인의 성공과 실패를 넘어서, 예술 산업이 어떻게 개인의 감정과 삶을 집어삼키는지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당시 할리우드의 스케일과 무질서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며, 동시에 그 이면에 도사린 탐욕과 소외, 파괴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바빌론’은 이 모든 것을 거침없이 풀어내며, 우리가 바라보던 ‘황금기’의 이면을 냉정하게 응시합니다.

욕망의 소용돌이 속에 사라지는 자들

‘바빌론’은 욕망이라는 테마를 중심축에 놓고, 그로 인해 인물들이 어떻게 휘청이는지를 치밀하게 따라갑니다. 잭은 스타로서의 자신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시대의 변화는 그를 무력하게 만들고, 그는 점점 자괴감과 고독 속에 빠져듭니다. 넬리는 모든 이목을 한 몸에 받으며 상업적 성공을 누리지만, 동시에 스스로의 감정과 본질을 잃고, 결국 제어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립니다.

매니는 현장을 이끄는 조력자에서 시작해 점차 중심부로 다가가지만, 그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습니다. 그는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맞추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도 그 소용돌이의 일부가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처럼 ‘바빌론’ 속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욕망을 좇으며, 동시에 그 욕망의 잔혹함에 삼켜져갑니다.

이 영화는 욕망을 도덕적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예술, 성공,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그로 인해 파괴될 수밖에 없는 모순적인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영화 산업이라는 거대한 기계 속에서 개인은 점차 도구화되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과 감정을 내던지게 됩니다. 이 소용돌이는 누군가를 부상시키기도 하지만, 더 많은 이들을 침묵 속으로 사라지게 만듭니다.

예술의 광기와 영화라는 환상의 본질

‘바빌론’은 예술이란 무엇인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혼돈 속에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한 장면, 한 프레임을 위해 몸을 던집니다. 잭이 찍는 전쟁 장면은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혼란 속에서 오직 ‘예술’이라는 명분 하나로 유지되고, 넬리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잃어가면서도 그 순간에 존재의 이유를 발견합니다.

특히 후반부의 영화 촬영 장면들은 영화 산업의 잔혹함과 동시에, 그것이 가진 마법 같은 순간들을 함께 보여줍니다. 수많은 혼란과 위기가 교차하는 가운데에서도, 이들은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며, 그 환상이 누군가에겐 구원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깁니다. ‘바빌론’은 예술의 순수함과 광기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점을 냉정하게 보여주며,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양면성을 선명히 드러냅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과거의 인물들을 떠올리며, 영화라는 매체가 시간과 기억을 어떻게 품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매니가 극장에서 과거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예술이 인간의 삶과 감정을 어떻게 복원하고 연결하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클라이맥스입니다. 이 장면을 통해 ‘바빌론’은 결국 모든 혼돈과 욕망, 파괴를 지나 다시 영화의 힘을 말하며 마무리됩니다.

‘바빌론’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 과감한 시도와 영화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은 단순한 스펙터클을 넘어선 깊이를 제공합니다. 이 영화는 예술이 가진 찬란함과 어둠,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화려한 환상이 어떻게 현실과 충돌하며 존재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 작품입니다.